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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고대 의학서 수슈루타 상히타(Sushruta Samhita) 는 기원전 600년경 수슈루타(Sushruta)라는 의사가 저술한 외과 의학서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외과 지식을 집대성한 문헌 중 하나다. 특히 성형 수술, 개복 수술, 절단술, 출혈 관리 등 다양한 외과 기술이 포함되어 있어 현대 의학에서도 연구 가치가 크다. 본 글에서는 수슈루타 상히타의 주요 외과 기술과 당시 사용된 수술 기구, 그리고 현대 의학과의 연관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세계 최초의 성형 수술, ‘코 성형술(Rhinoplasty)’
수슈루타 상히타에서 가장 혁신적인 외과 기술 중 하나는 바로 코 성형술(Rhinoplasty) 이다. 당시 인도에서는 범죄자나 전쟁 포로에게 코를 절단하는 형벌이 흔했으며, 이를 복원하기 위한 수술법이 발전했다. 수슈루타는 이마 피부를 활용한 ‘피판 성형술(Flap Surgery)’ 기법을 개발했으며, 이 방법은 오늘날에도 비슷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수술 과정은 매우 정교했다. 먼저, 환자의 이마에서 적절한 크기의 피부를 절개한 후, 이를 코 부분에 이식하여 봉합하는 방식이었다. 피부 이식 후 정밀한 봉합이 필요했으며, 수슈루타는 마치 현대 성형외과에서 사용되는 기술처럼 미세한 실을 사용해 봉합선을 최소화했다. 이후, 상처가 잘 아물도록 약초 성분이 포함된 연고를 바르고, 면봉 형태의 붕대를 이용해 형태를 유지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미용 목적이 아니라 기능적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 환자가 정상적으로 숨을 쉬고 후각 기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수술 후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졌다. 놀랍게도, 이 방법은 18세기 영국 외과의사 조셉 콘스탄틴 카펜터(Joseph Constantine Carpue)에 의해 서양에 소개되었으며, 현대 코 성형술의 기초가 되었다. 수슈루타의 기술이 2,000년이 넘도록 전해졌다는 점에서 그의 의학적 업적은 경이롭다고 할 수 있다.
120종 이상의 외과 수술 기구 사용
수슈루타 상히타에는 120종 이상의 외과 수술 기구 가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현대 외과학에서도 놀라운 발견이다. 수술 도구의 형태와 용도가 상세히 서술되어 있으며, 이는 오늘날 사용되는 외과 기구와 상당히 유사하다. 대표적인 도구로는 메스(칼), 핀셋, 가위, 겸자, 탐침 등이 있으며, 특정 수술을 위해 설계된 특수 기구도 포함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수슈루타가 각각의 기구에 대한 사용법과 멸균 방법까지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는 수술 도구를 사용하기 전에 불에 달구어 소독하거나 특정 약초 성분을 이용해 감염을 방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는 현대의 소독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강황과 알코올 성분을 함유한 허브 추출물을 이용해 도구를 세척하는 방식은 오늘날 병원에서 시행되는 멸균 과정과 유사하다. 또한, 그는 수술 후 출혈을 막기 위해 특정 기구를 이용한 지혈법도 개발했다. 수술 중 과다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샬라카(Sastra)’ 라고 불리는 금속제 기구를 이용해 혈관을 결찰하고, 출혈 부위를 압박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이는 오늘날의 외과적 수술에서 사용되는 결찰 기법의 기초가 되었으며, 과거의 수술 도구들이 현대 의학에서 영감을 주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수술 후 봉합을 위해 사용된 ‘쿠샤(Kusha) 바늘’은 오늘날의 미세침과 유사한 개념으로, 선진적인 의료 지식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예시다. 이처럼, 수슈루타 상히타 의 수술 기구와 그 활용법은 고대 인도 의학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며,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유산으로 평가된다.
천연 마취법과 수술 후 회복 치료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마취가 필수적이다. 현대 의학에서는 다양한 화학적 마취제를 사용하지만, 수슈루타는 2,500년 전부터 천연 성분을 이용한 마취 기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특히, 그는 아편, 인도 대마(Cannabis), 헨베인(Hyoscyamus niger), 만다라 꽃(Datura stramonium) 등의 식물을 이용해 환자를 진정시키고 마취 효과를 유도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수술 전, 환자는 특정한 허브 혼합물을 마시거나 흡입하여 진정 효과를 얻었다. 또한, 수술 부위에는 진통 작용을 하는 페퍼민트와 강황을 사용해 통증을 완화했다. 이는 현대의 국소 마취와 비슷한 개념이며, 허브 성분이 국소 마취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고대 인도에서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수술 후에는 감염을 예방하고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특수한 약재가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수슈루타는 환부의 소독을 위해 강황(Turmeric), 꿀(Honey), 님(Neem) 잎을 활용했다. 특히 강황은 강력한 항균 작용을 하며, 꿀은 상처 회복을 돕는 천연 방부제 역할을 했다. 이처럼, 천연 성분을 이용한 치료법은 현대 의학에서도 널리 연구되고 있으며, 항생제의 대체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수술 후 환자의 회복을 돕기 위한 영양 관리도 중요하게 여겨졌다. 수슈루타는 수술 후 환자의 면역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우유, 꿀, 생강, 마늘, 견과류 등의 섭취를 권장했으며, 수술 후에는 환자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현대의 회복식 및 면역력 강화에 관한 개념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 수슈루타 상히타는 단순한 고대 문헌이 아니라, 현대 의학과 외과 수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혁신적인 저서였다.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된 그의 지식은 오늘날에도 연구 대상이 되고 있으며, 현대 의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 의학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된 유산으로 남아 있다.